감성 여행기

다섯 개의 달이 떠오르면

경포대와 경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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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

  • 위치 : 강원도 강릉시 경포로 365
  • 문의 : 033-640-4471

강릉에 왔다면 경포호를 거닐고, 경포대에 오르자.
경포대에서의 풍경은 관동팔경의 으뜸으로 꼽히며
수백 년 전부터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전거를 타고 아름다운 풍경속을 달리고,
다섯개의 달이 떠오르는 밤의 정취에 취하며
관동에서 첫째가는 경치를 즐겨보자.

경포대는 고려충숙왕 13년(1326)에 강원도관리였던
박숙정에의해 방해정 뒷산인월사터에 세운 것을
조선중종 3년(1508) 강릉부사한급이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그뒤 여러차례 중수를 거쳐, 현재 건물은 영조 21년(1745)
부사조하망이 세운것이다.

'경포대에 올라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여 많은 시인 묵객들이 글을 남겼다.
율곡 이이는 '이곳에 오르면 마치 신선이 된 것 같다' 고 하였고,
송강 정철은 '잔잔한 호수는 비단을 곱게 다려 펼쳐 놓은 것 같다' 고 하였다.

경포대에 오르니 방문객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풍경을 즐기고 있다.
파도 치는 바다와 달리 잔잔한 호수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니 모두들 느긋한 표정이다.

경포대의 현판은 두 개가 있는데
전서체 현판은 조선 후기 서예가인 유한지에 의한 것이고,

해서체 현판은 조선 후기 문신인 이익회에 의한 것이다.

이곳의 경치가 매우 좋음을 알리는
제일강산(第一江山) 현판은 명나라의 명필 주지번의 글씨라고도 하고
조선 4대 서예가 중 한 명인 양사언의 글씨라고도 하는데 확실치 않다.

낮에는 아름드리 나무와 벚나무에
어우러진 경포대와 경포호의 풍경에 빠지고,
밤에는 다섯 개의 달을 느껴보자.
예부터 경포대에는 다섯 개의 달이 떠오른다고 한다.

밤하늘에뜨는달, 바다와호수에뜨는달, 술잔에뜨는달,
그리고 연인의 눈에뜨는달.
달빛이 밝은날 경포대에 오른다면 또다른 자신의 달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경포호는 거울처럼 맑은 호수라 하여 이름 붙어졌다.
이 커다란 거울 같은 호수는 원래 세 배는 더 컸다.
토사가 퇴적되며 크기는 줄었지만 여전히 강릉의
큰 거울로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을 비춰주고 있다.

오래된 소나무와 다양한 벚나무들이 두르고 있는
호숫길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봄이면 수양벚꽃, 겹벚꽃 등 다양한 벚꽃들이 개화하여 호수를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여름이면 경포습지의 연꽃과 가시연꽃이 우아하게 피어난다.
가을이 오면 갈대와 단풍, 코스모스로 옷을 갈아입고,
겨울에는 고니, 청둥오리, 원앙 등의 철새들이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디를 보아도 자전거 탄 풍경이다.
연인들, 친구들, 가족들 모두 화기애애하게 바람을 가르며 웃음꽃을 흩날린다.
둘레 4km 길이의 호숫길이니 걷는 것도좋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도 신난다.

경포호 주변에는 자전거대여소가 즐비해 있어
혼자타는 자전거, 둘이 함께타는 자전거, 네명도 탈수있는 자전거등
상황과 취향에 맞게 선택해 즐길 수 있다.

경포호는 가시연꽃, 물옥잠, 부들 등의 수생식물과
붕어, 숭어, 가물치 등의 물고기의 서식지일 뿐 아니라
동해안의 주요 철새도래지이다.

하지만 이런 경포호에도 위기가 있었다.
다양한 생태계가 살아 숨쉬던 습지는 배고프던 1960년대 대부분
농경지가 되어 비료, 농약 등으로 오염되기 시작하였고,
1970년대에는 바다로 흐르는 길이 막혀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점점 심각해져 갔다.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강릉시는 농경지 29만m2를 매입하여
경포호습지복원사업을 진행하여 동식물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경포호에는 여러 가지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그 중 경포호가 만들어지게 된 것을 이야기하는 장자못 전설은
이중환의 택리지에 기록되어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이곳 경포호자리는 원래 호수가 아니라 어느 부자가 살던 으리으리한 집이었다고 한다.
어느날 중이 시주를 하러왔는데 부자는 쌀대신 똥을 퍼주었다.
그순간 갑자기 집이 내려앉고 그자리는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곳간에 가득했던 곡식은 모두 조개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사랑이야기도 있다.
강원도 안렴사 박신은 사랑하는 기생 홍장의 부고를 듣고 슬퍼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부사 조운흘의 초청으로 경포대에 뱃놀이를 갔는데
신선이 타고 있다는 배에 홍장이 타고 있었다.

홍장이 죽었다는 거짓말에 박신은 속은 것이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절대 당하고 싶지않은 몰래카메라 같은 일이다.
이전설은 그 이야기가 몇개의 조각으로 만들어져 경포호 주변에 놓여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근처의 경포해변을 찾을 뿐 경포대를 들르지 않는다고 한다.
경포해변에서의 신나는 물놀이도 좋지만 역사 깊은 관광지를 놓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관동 제일의 경치라는데 궁금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