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강릉 커피로드

커피와 풍경이 빚어낸 특별한 순간을 따라

1990년대 한적한 어촌 마을이 자리한 안목해변에 등장한 커피자판기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의 ‘경험’에 매료되었고, 커피와 바다가 만나 빚어낸 감성과 낭만이 입소문을 타면서 안목해변의 인기도 높아졌다. 덕분에 강릉의 해변을 따라 다양한 분위기의 카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바다 뷰를 바라보면서 마시는 커피는 기호식품 이상의 가치를 넘어 강릉에서 즐길 수 있는 관광과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커피는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고, 사람과 문화를 연결한다. 안목해변에서 영진해변까지 커피가 열어 준 길을 따라 특별한 여정을 떠나본다.

커피가 나에게 여유를 선물하는 방식

안목해변

안목해변 강릉커피거리와 커피잔 조형물

1990년대 안목해변에 등장한 커피자판기는 ‘길카페’ 또는 ‘길다방’이라는 별칭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강릉커피거리’를 탄생시켰다. 안목해변에 자리한 강릉커피거리는 강릉을 찾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꼭 들르는 관광 명소이다.

강릉커피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앉아 아득한 수평선과 눈을 맞추며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바다와 커피의 공통점을 깨닫게 된다. 함께 있으면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목해변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해변을 찾은 사람도 모두 하나같이 여유로워 보인다. 사람들이 강릉까지 커피를 마시러 오는 이유는, 어쩌면 숨 가쁘게 흘러가던 일상 속 긴장을 내려놓고 느슨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서가 아닐까?

커피가 소개하는 새로운 풍경

사근진해변

경포해변에서 해안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알록달록한 테트라포드와 천사의 날개를 닮은 구조물을 만날 수 있다. 사근진해변에 자리한 사근진 해중공원 전망대는 독특한 외관 덕분에 젊은 세대에 사진 맛집으로 통한다. 또한, 바다를 바라보며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야외 짐도 있어서 헬스 마니아들이라면 더 반기는 곳이다.

물론 이런 멋진 풍경과 함께 피사체가 되어 인생 사진을 남겨도 좋지만,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경치를 두 눈에 오롯이 담아가는 것도 꽤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마치 어느 갤러리의 귀한 작품을 감상하듯이 오래도록 풍경에 잠길 때, 커피는 예술적 감흥을 더한다. 이처럼 커피가 이끄는 곳에는 오직 강릉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장면이 있다.

소소한 순간도 커피가 있어서 특별하다

사천진해변

사천항 인근에 자리한 사천진해변은 번잡한 곳을 피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조용한 휴식처다. 날씨가 좋을 때 작은 다리를 건너 오를 수 있는 바위섬, 백사장과 바다를 오가며 유유히 노니는 갈매기 떼와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투명한 바다가 매력적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형성된 카페 거리도 그중 하나이다.

사천진해변 바위섬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몇 발짝 걷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해변을 거닐며 호젓하게 커피를 마시는 일도 강릉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일 것이다. 오전이라면 수면 위에서 반짝이는 윤슬을 만날 수 있고, 늦은 오후라면 노을이 하늘과 바다를 다채롭게 물들이는 광경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어쩌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평범한 순간이지만, 잠시 멈춰서 그 풍경 안에 머물게 만드는 힘! 그것이 강릉에서 즐기는 커피의 매력 아닐까?

커피를 마시면서 즐기는 K-드라마 명소

영진해변

영진해변을 언급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도깨비’일 것이다. 작고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 명소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건 드라마 ‘도깨비’의 인기 덕이다. 영진해변 방사제에서 주인공인 ‘은탁’과 ‘김신’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전국의 드라마 덕후들을 강릉으로 달려오게 했다. 드라마가 방영된 지 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드라마가 촬영된 방사제에서 주인공과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영진해변의 바다를 감상하는 카페 내부
영진방사제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창가

영진해변 역시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 뷰 카페들이 밀집해 있는데, 영진방사제가 보이는 카페의 창가 자리는 비어 있을 때가 드물다. 강릉이 아니면, 영진해변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풍경들을 시야의 방해 없이 즐기고 싶은 마음은 모두 똑같을 테니까. 드라마의 감동을 되새기며 커피를 홀짝이다 보면, 나도 어느새 어떤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금세 사라질 판타지라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만큼은 허락된다.

어디에나 커피는 있고, 바다도 있다. 왜 강릉이 커피 도시냐고 묻는다면, 바다와 커피의 조합이 빚어낸 강릉만의 풍경과 무드 그리고 경험 때문일 것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강릉을 커피 도시로 만들고, 커피를 그저 기호식품이 아닌 지역의 독특한 문화로 바라보게 만든다.

<../../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