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강릉 감자 미식회

감자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강원도는 명실상부한 ‘감자’의 메카이다. 국내 감자 생산량 중에 강원도가 30% 이상을 차지하고, 그중에서도 강릉 감자는 여름철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온화한 기후 덕분에 맛과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예전부터 중요한 구황작물이었던 감자는 강릉 사람들에게 소울푸드나 다름이 없다. 단오장에서 즐기던 감자전, 여름 물놀이와 함께한 포슬포슬 삶은 감자, 밥도둑 감자조림, 쌀쌀한 바람이 불 때 더 생각나는 뜨끈한 감자옹심이 등 선조들의 지혜가 빛나는 감자 요리다.

이제 강릉의 감자 요리는 단순히 끼니를 위해 먹던 음식이 아니라, 강릉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감자 하나로 다양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내던 선조들의 솜씨는 후대에 와서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넘치는 새로운 먹거리로 이어졌다. 전통을 이어온 강릉의 감자 요리부터 시대적 흐름에 새롭게 변형된 감자 먹거리들을 통해 무궁무진한 감자의 변신을 소개한다.

한 끼 식사로 훌륭한 감자옹심이

정갈하게 차린 감자옹심이 한 상

강릉의 대표 향토음식 ‘감자옹심이’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껍질을 벗긴 감자를 강판에 갈아 물기를 짠 다음에 건더기는 따로 빼놓고 물을 가라앉혀 전분을 만든다. 감자 건더기와 전분을 섞은 반죽을 조금씩 떼어 동그랗게 빚은 후 멸치와 다시마로 우린 육수에 호박, 표고버섯 등을 넣어 함께 끓여낸다.

감자옹심이에 들어가는 재료는 단출하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큼 다채롭고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처음 한 입 먹었을 때, 쫄깃하면서도 서걱거리는 식감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감자 특유의 구수한 맛과 걸쭉한 국물의 매력에 점차 스며들면서 금세 한 그릇을 다 비우게 된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옛 시절, 사람들의 헛헛한 속을 든든히 채워준 감자옹심이는 자랑하듯 뽐내는 음식이 아니다. 조용히 재료 본연의 맛을 전하는 음식이다. 감자옹심이의 정체성은 그런 소박함에 있고,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모습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강릉 사람들의 추억과 향수가 서린 감자전

감자전은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강릉의 대중적인 먹거리이다. 제조과정은 감자옹심이처럼 감자를 갈아서 전분을 가라앉히고, 감자 건더기와 섞어서 소금으로 간을 한 다음 고추나 부추 등을 넣어서 부친다.

강릉 사람들의 감자전 사랑은 유별나다. 강릉중앙시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즉석에서 감자전을 바로 부쳐주는 노점들이 즐비한 때가 있었다. 강릉단오제 시즌이 되면 삼삼오오 모여 난장에서 파는 감자전에 막걸리를 마시며 친목을 다졌다. 감자전 축제를 만들어 향토음식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가 하면, 별미가 생각날 때 집에서도 뚝딱 만들어 먹었다. 이제 감자전은 강릉 시민들뿐만 아니라 세계인에게 특별한 음식이 되었다. 강릉시가 지난 2005년 마카오에서 열린 세계 미식 축제에서 요리 체험·시연회를 개최해 ‘감자전’을 소개하고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젓가락으로 집어 든 감자전

강릉 대표 향토음식인 감자전과 감자옹심이를 비롯해 감자떡, 감자밥, 감자조림 등은 강릉 시민들에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강릉의 역사, 생활 등을 엿볼 수 있는 아카이브 역할을 하고 있다.

간식으로 재탄생한 신박한 감자 먹거리

최근 강릉에는 ‘감자’를 활용한 새로운 먹거리가 관광객,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감자옹심이를 튀긴 듯한 길거리 음식,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자로 만든 스낵, 감자채를 와플처럼 구워낸 간식 등은 다양한 조리법과 신박한 아이디어로 지역 특산물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쌀가루를 반죽해서 으깬 감자로 속을 채운 감자빵은 관광객들에게 먹거리 선물로 인기가 많다. 진짜 감자를 쏙 빼닮아서 보는 재미가 있는 데다 글루텐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건강식이기도 하다.

감자 모양을 닮은 감자빵
감자 풍미를 담은 아이스크림

뜨겁게 익혀서 먹던 감자를 차갑게 즐기는 감자 아이스크림도 별미로 사랑받고 있다. 감자가루를 첨가해 감자의 질감은 물론, 감자 본연의 단맛과 구수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디저트이다. 이처럼 ‘감자’라는 로컬 식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창의적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어 강릉의 미식 문화는 나날이 풍요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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