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기 문신으로 본관은 양천(陽川), 자는 단보(端甫), 호는 교산(蛟山), 학산(鶴山), 성소(惺所), 백월거사,(白月居士) 아버지는 삼척부사를 지낸 엽(曄이)며, 어머니는 강릉김씨로서 예조판서를 지낸 광철(光轍)의 딸이다.

임진왜란 직전 통신사의 서장관으로 일본에 다년온 성(筬)이 이복형이고, 봉과 난설헌(蘭雪軒)이 동복형제이다. 학문은 유성룡에게 수학하였으며, 시는 삼당시인(三唐詩人)의 한사람인 이달(李達)에게 배웠다.

이달은 둘째형의 친구로서 원주 손곡리에 살았는데 그에게 시의 묘체를 깨닫게 해주었으며, 인생관과 문학관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선조 27년(1594)에 정시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여 설서(設書)를 지냈고, 선조30년(1597)에 문과중시에 장원하였다.

이듬해 황해도 도사가 되었는데, 서울의 기생을 가까이 한다는 탄핵을 받고 파직되었다.

뒤에 춘추관기주관과 형조좌랑을 지내고, 1602년 사예와 사복사정을 역임하였으며, 그 해에 원접사 이정구의 종사관이 되었다.

1604년 수안군수로 부임하였다가 불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탄핵되어 파직되었다.

선조 39년(1606) 명나라의 사신 주지번(朱之蕃)을 영접하는 종사관이 되어 글재주와 넓은 학식으로 이름을 떨치고, 누이 난설헌의 시를 주지번에게 보여 이를 중국에서 출판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공로로 삼척부사가 되었으나, 불상을 모시고 염불과 참선을 한다는 탄핵을 받고 쫓겨났다.

그 후 공주목사로 다시 기용되어 서류들과 가까이 지냈으며, 또 다시 파직당한 후 부안으로 내려가 산천을 유람하며 기생 계생을 만났고, 천민출신의 시인 류희경과도 교분을 나눴다.

광해군 1년(1609)명나라의 책봉사가 왔을 때 이상의(李尙毅)의 종사관이 되었다.

1610년 전시(殿試)의 시관으로 있으면서 조카와 사위를 합격시켰다는 탄핵으로 전라도 함열로 유배되었다.

그 후 태인에 은거하였는데, 1613년 계축옥사(癸丑獄事)로 친교가 있던 서류출신의 서양갑(徐羊甲), 심우영(沈友英)이 처형당하자 신변의 안전을 위하여 이이첨에게 아부하여 대북파에 참여하였다.

광해군 5년(1614)에 천추사(千秋使)로, 그 이듬해에는 동지겸진주부사로 중국에 다녀왔다.

이 두차례의 사행에서 많은 명나라 학자들과 사귀었으며, 귀국할 때 《태평광기(太平廣記)》를 비롯하여 많은 책을 가져왔는데, 그 가운데에 천주교 기도문과 지도가 섞여 있었다고 한다.

1617년 좌참찬(左參贊)이 되었으며, 폐모론을 주장하다가 영의정 기자헌과 사이가 벌어지고, 기자헌이 길주로 유배 가게 되었다.

이 때 자헌의 아들 준격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하여 허균의 죄상을 폭로하는 상소를 올렸고, 허균도 변명하는 상소를 올렸다.

광해군 10년(1618) 8월 남대문에 격문을 붙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허균의 심복 현응민이 붙였다는 사실이 탄로나고, 역적모의를 하였다 하여 동료들과 함께 사형을 받았다.

당시 허균에 대한 평가는 총명하고 영특하여 능히 詩를 아는 삼람이라 하여, 문장과 식견에 대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됨이 경박하다거나 인륜도덕을 어지럽히고 이단을 좋아하여 행실을 더럽혔다는 등 부정적인 평가도 동시에 받았다.

그의 소설 《홍길동전(洪吉童傳)》은 사회제도의 모순을 비판한 조선시대의 대표적 한글 소설이다.

예교(禮敎)에만 얽매여 있던 당시 선비사회에서 보면 허균은 이단시 되었다.

그러나 핍박받는 하층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치관과 학문관을 피력해 나간 시대의 선각자였다.

문집으로 《성소부부고》등이 남아있다.